런던 루센트의 안내사인, 왜 나사가 보이지 않을까요?
런던 루센트는 어떤 공간일까요?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서는 커다란 전광판이 먼저 눈길을 끕니다. 그런데 그 화려한 화면 뒤에는 어떤 공간이 있을까요? 루센트(Lucent)는 전광판 뒤편의 건물들을 연결해 새롭게 만든 복합공간입니다. 업무공간을 중심으로 상업시설과 주거, 옥상 레스토랑이 함께 들어서 있습니다.
개발사 Landsec와 건축설계를 맡은 Fletcher Priest Architects는 서로 다른 13개 건물을 하나로 연결했습니다. 2023년 개관 당시 건축가가 소개한 내용을 보면, 기존 건물의 개성과 외관을 살리면서 내부 공간을 다시 구성한 프로젝트인데요. 거리에서 익숙하게 보아 온 풍경을 지키면서, 그 안에 새로운 쓰임을 마련한 셈입니다. [Fletcher Priest Architects]
공간의 안내 체계인 웨이파인딩은 DNCO가 맡았습니다. 웨이파인딩은 사람이 목적지를 찾고, 방향을 선택하고,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루센트에서는 문자와 화살표, 벽의 재료와 조명, 사인을 고정하는 구조까지 함께 다뤘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의 층 표시를 보면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벽에서 도드라진 입체 글자는 선명한데, 이를 붙잡아 주는 나사나 고정 부품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마감하려면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할까요?

01. 화려한 거리에서 차분한 실내로
Q. 전광판으로 유명한 건물이라면, 실내 사인도 밝고 화려해야 할까요?
A. 루센트의 실내 안내는 차분한 분위기에 맞춰 디자인됐습니다. DNCO는 글자의 입체감과 그림자를 활용해 공간에 어울리는 사인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거리의 전광판과 실내 안내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이유부터 다릅니다. 전광판이 멀리서 시선을 끈다면, 실내 사인은 방문자가 지금 필요한 정보를 찾도록 도와야 하죠. 루센트의 출입구에서는 은은하게 빛나는 건물명이 진입 지점을 알려 주고, 안으로 들어가면 벽의 재료와 조명에 어울리는 글자가 안내를 이어갑니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장소의 특징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빛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배경을 살피면서도, 실내에서 일하거나 방문하는 사람이 느낄 분위기를 함께 고려했습니다. 공간의 성격을 사인에 담으려면 어떤 특징을 사용할지와 어느 정도로 드러낼지를 함께 정해야 합니다.
우리 현장에서도 출입구, 로비, 업무층의 안내를 살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거리에서 찾는 건물명은 멀리서 보여야 하고, 로비의 안내는 여러 목적지를 구분해 줘야 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는 내가 도착한 층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죠. 같은 디자인을 사용하더라도 이런 역할에 맞춰 글자의 크기와 밝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02. 나사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벽 안쪽에 있습니다
Q. 청동 벽면의 층수 숫자는 어떻게 고정했을까요?
A. 숫자를 자석으로 고정하고, 벽 패널 뒤에는 철판을 미리 설치했습니다. DNCO는 건축가와 현장팀이 협의해 패널을 설치하기 전에 이 구조를 준비했다고 설명합니다. [DNCO 프로젝트 설명]
이 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작업의 순서입니다. 숫자를 붙일 위치와 고정 방법이 먼저 정해져야 벽 안쪽에 필요한 구조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감을 모두 끝낸 뒤 사인 위치를 정하면, 이미 완성된 벽을 다시 손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자석 고정이 가능한지도 벽의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마감재의 종류와 두께, 뒤쪽 구조, 사인의 무게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루센트에서도 숫자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줄 철판을 별도로 준비했습니다. ‘어떤 사인을 붙일까’와 함께 ‘그 사인을 벽이 어떻게 지지할까’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작 도면에는 정면에서 보이는 모양과 벽에 닿는 부분이 함께 담겨야 합니다. 바탕 구조는 누가 준비하는지, 위치는 언제 확정하는지, 나중에 점검하거나 교체할 때는 어떻게 분리하는지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숫자 하나가 깔끔하게 보이기까지 여러 공정이 맞물려 있는 셈이죠.

03. 글자의 두께가 그림자를 만듭니다
Q. 평면 시안에서 고른 글자는 현장에서도 똑같이 보일까요?
A. 입체 글자는 두께와 표면 질감,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달라 보입니다. 루센트에서는 스웨이드 같은 질감의 돌출 사인과 위에서 비추는 조명이 만드는 그림자를 활용했습니다.
시안에서는 글자의 윤곽과 색을 중심으로 보게 됩니다. 하지만 벽에 설치하고 나면 옆면이 드러나고, 주변 조명에 따라 그림자도 생깁니다. 위에서 비추는 빛과 정면에서 비추는 빛은 서로 다른 그림자를 만들고, 벽면의 색과 질감은 그 경계를 선명하게 하거나 부드럽게 만듭니다.
아래 사진의 숫자 2를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글자의 두께와 벽에 드리운 그림자가 함께 보이면서 숫자의 입체감이 드러납니다. 글자만 따로 떼어 놓고 고른 두께나 색으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그래서 입체 사인은 설치될 벽과 조명까지 함께 놓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자인시기는 이런 사인을 계획할 때 실제 재료로 만든 샘플을 현장 조명 아래에서 확인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봅니다. 정면에서 읽을 때와 옆으로 지나가며 볼 때를 비교하고, 그림자가 글자의 획이나 화살표와 겹쳐 헷갈리지는 않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공간이라면 낮과 실내 조명만 켠 상태를 함께 비교하면 좋습니다. 사진에서 발견한 특징을 우리 현장의 조건에 맞춰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04. 서체에서 시작된 픽토그램
Q. 층수 숫자와 시설 픽토그램은 어떻게 같은 분위기로 만들었을까요?
A. 루센트는 스텐실 서체 Vacant를 바탕으로 문자와 숫자, 전용 픽토그램을 함께 구성했습니다. DNCO는 서체의 형태를 활용해 사람 모양의 기호까지 개발했습니다.
스텐실 서체는 획의 일부가 끊겨 있는 형태가 특징입니다. 루센트에서는 이 절개와 기하학적인 모양이 문자와 픽토그램에 공통으로 나타납니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나타내는 그림도 옆의 글자와 어색하지 않게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같은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정보마다 맡은 역할은 살려야 합니다. 문자는 시설의 이름을 읽게 하고, 숫자는 층을 구분하며, 픽토그램은 어떤 시설인지 알아보게 합니다. 획의 성격과 여백을 맞추되, 작은 크기에서도 각 정보가 잘 구분되도록 비례와 간격을 조절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전용 픽토그램을 디자인할 때도 이 균형이 중요합니다. 서체의 특징을 담으면서 사람이나 시설을 알아보게 하는 단서는 남겨 두어야 하죠. 작은 크기로 보아도 뜻이 전달되는지, 짧은 시설명을 함께 적으면 더 명확해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루센트의 사례는 서체와 기호를 하나의 안내 체계로 연결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얼마나 잘 읽히는지는 이용자와 설치 환경에 맞춰 별도로 확인할 부분입니다.


05. 입주사 이름을 빛으로 표시한 이유
Q. 리셉션의 입주사 이름은 왜 벽에 투사했을까요?
A. 입주사가 바뀔 때 표시 내용을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DNCO는 이름을 벽면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리셉션의 분위기와 정보 변경을 함께 고려했습니다.
건물의 층수는 비교적 오래 유지되지만 입주사나 부서 이름은 운영 중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정보를 모두 고정된 글자로 제작하면, 이름이 바뀔 때마다 기존 글자를 떼어내고 새로 만들어야 할 수 있습니다. 루센트에서는 층수는 입체 숫자로 두고, 입주사명은 빛으로 표시했습니다. 바뀌는 주기가 다른 정보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룬 것이죠.
우리 공간에서도 먼저 어떤 정보가 자주 바뀌는지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건물명과 층수, 입주사명, 회의실 이름, 행사 안내는 유지되는 기간이 다릅니다. 이 차이를 알면 교체형 패널이나 탈부착 문자, 디지털 화면, 투사 방식 가운데 관리하기에 적합한 방법을 고르기 쉬워집니다.
물론 투사 방식이 모든 현장에 맞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이 밝을 때도 글자가 잘 보이는지, 지나가는 사람이 빛을 가리지는 않는지, 장비를 점검할 자리가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내용을 바꾸는 담당자가 누구인지도 함께 정하면 좋습니다. 디자인 단계에서 교체와 관리까지 생각해 두면 운영 중의 변화에 대응하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06. 깔끔한 마감은 설치 전에 준비됩니다
Q. 이런 디테일을 구현하려면 사인 계획은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A. 벽 마감과 조명, 바탕 구조를 정할 때 함께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인의 위치와 고정 방법에 따라 건축·인테리어 공정에서 미리 준비할 내용이 달라집니다.
루센트의 자석 고정은 패널 뒤의 철판이 먼저 준비되어야 했습니다. 입체 숫자의 그림자는 글자의 두께와 조명이 함께 만들고, 입주사명은 운영 중 바꿀 수 있는 방식으로 계획됐습니다. 각각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사인 디자인이 제작과 설치, 관리까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장에 ‘이 벽에 숫자를 붙여 주세요’라고만 전달하면 결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이 남습니다. 숫자의 크기와 두께, 정확한 위치, 벽 안쪽의 보강, 조명과의 거리까지 관계자마다 다르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인 목록과 위치 도면, 재료·마감, 고정 방법을 함께 공유하면 같은 결과를 기준으로 협의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시기는 현장에 맞는 사인을 계획할 때 아래 세 가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디자인을 확정하기 전에 정리해 두면 제작·설치 담당자와도 필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습니다.
| 검토할 부분 | 설계 단계에서 정할 내용 |
|---|---|
| 바탕과 고정 | 어떤 벽에 설치하고, 보강과 고정 구조는 언제 준비할까요? |
| 재료와 빛 | 실제 재료와 조명 아래에서 글자와 화살표가 잘 읽힐까요? |
| 운영과 교체 | 자주 바뀌는 정보는 무엇이고, 누가 어떻게 바꿀까요? |

디자인시기 인사이트
“왜 나사가 보이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으로 루센트의 안내사인을 살펴봤습니다. 그 답은 자석과 철판, 벽 패널을 설치하는 순서, 건축가와 현장팀의 협의로 이어졌습니다. 깔끔하게 보이는 작은 디테일 안에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담겨 있었습니다.
글자의 두께와 그림자, 서체와 픽토그램, 층수와 입주사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용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읽는지, 어떤 재료에 설치하는지,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 바뀌는지를 함께 생각한 결과입니다.
디자인시기는 공간의 구조와 마감, 조명과 이동 흐름을 살펴 그 현장에 맞는 사인과 픽토그램을 디자인하고 제안합니다. 필요한 안내를 정리하고, 제작과 설치에서도 계획한 모습이 구현되도록 준비합니다.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읽히고, 공간에는 잘 어울리는 안내. 그 완성도를 위해 보이는 디자인과 보이지 않는 구조를 함께 살핍니다.
Q&A
Q. 벽 마감이 끝난 뒤에도 자석 고정을 적용할 수 있나요?
A. 자석이 붙을 바탕이나 별도의 받침 구조가 있다면 검토할 수 있습니다. 먼저 벽체 구성과 사인의 무게를 확인하고, 기존 마감을 얼마나 손봐야 하는지 살펴 적합한 고정 방법을 선택합니다.
Q. 우리 브랜드 서체로 픽토그램도 만들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서체의 획과 곡선, 절개 형태를 활용해 통일감을 줄 수 있습니다. 시설의 의미가 잘 전달되도록 익숙한 형태를 살리고, 실제 사용할 크기에서 문자와 함께 확인합니다.
Q. 상담할 때 어떤 자료를 준비하면 좋을까요?
A. 평면도와 설치할 위치의 사진, 벽 마감·조명 정보, 안내할 명칭 목록을 준비해 주세요. 입주사나 부서명이 자주 바뀌는지도 알려주시면 교체와 관리 방식까지 함께 제안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자료
Lucent, London · 개발 Landsec · 건축 Fletcher Priest Architects · 웨이파인딩 DNCO
서체 Vacant by Reserves · 사진 Dirk Linder and Sam Bush